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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한 모금, 계절 한 잔

포천 배상면주가 산사원, 자연 속에서 술 익는 마을의 사계절을 맛보다

by 술이 술술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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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배상면주가, 자연 속에서 술 익는 마을의 사계절을 맛보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의 온도가 달라지고, 창밖 풍경의 색감이 변할 때면 문득 그 계절을 오롯이 담은 한 잔의 술이 생각나곤 합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익어가는 술, 그리고 그 술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 오늘은 바로 그런 '계절의 맛'을 찾아 떠났던 경기도 포천의 배상면주가와 그곳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 그리고 집으로 배달되어 온 사계절의 향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전통과 자연의 숨결을 간직한 곳, 배상면주가 산사원

지난해, 싱그러운 바람을 따라 도착한 포천의 배상면주가는 단순한 양조장을 넘어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자 전통 술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산사원(珊査園)'**은 넓은 정원 곳곳에 전통 한옥이 자리하고, 수백 개의 술 익는 항아리(옹기)들이 정겹게 늘어서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느린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의 모든 것은 서두르지 않고 자연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산사원 정원을 거닐며 만나는 산사나무와 다양한 초목들, 술 익는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듯한 양조 시설, 그리고 전통주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한 박물관까지. 이곳은 술을 빚는 공간이자, 우리 술의 역사를 배우고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수많은 옹기가 도열한 '세월랑'은 그 자체로 장엄한 풍경을 선사하며, 이곳에서 익어가는 술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죠.

 

2. 배상면주가의 자부심: 느린마을 막걸리와 특별한 술들

배상면주가하면 역시 **'느린마을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 없이 오직 국내산 쌀, 누룩, 물로만 빚어낸다는 자부심이 담긴 술이죠. 살아있는 효모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탄산감과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맛의 변화는 느린마을 막걸리만이 가진 매력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막걸리는 그 이름처럼 각 계절의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신선할 때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산미와 탄산감이 더해지며 깊은 풍미를 자아냅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술로는 **'호감(好感)'**이 있습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색과 함께 과실 향이 풍부한 약주로,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지녔습니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산사나무 열매로 빚은 '산사춘', 민들레로 만든 '민들레 대포' 등 배상면주가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특색을 가진 다양한 전통주들이 있었습니다.

3. 계절의 맛, 집으로 찾아오다: 나의 특별한 '술 익는 마을' 체험

제가 배상면주가를 방문했을 때 마침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회원 가입 후 일정 금액 이상 선주문을 하면, 각 계절을 대표하는 술을 선정하여 집으로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리고 그 기다림은 설렘으로, 배송된 술은 감동으로 이어졌습니다.

  • 가을의 선물, 풍요로운 추석 차례주: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추석 차례상에 올렸던 이 술은 조상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에도, 가족들과 가을밤의 정취를 나누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깊은 맛을 선사했습니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은은한 곡물의 단맛이 입안을 감돌아, 가을이라는 계절을 한 모금에 느낄 수 있었죠.
  • 겨울의 온기, 따스한 설날 차례주: 찬 바람이 부는 겨울, 설날에 맞춰 배송된 차례주는 좀 더 묵직하고 온화한 풍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듯, 부드러운 목 넘김과 함께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느낌이었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새해의 복을 기원하며 나누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겨울의 정서를 담은 술이었습니다.
  • 봄의 설렘, 향긋한 봄술: 그리고 얼마 전, 봄기운을 가득 담은 술이 도착했습니다. 마치 봄날의 화사함과 생명력을 한 병에 담아낸 듯, 향긋한 아로마와 산뜻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다가오는 계절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렇게 계절마다 집으로 배달되어 온 술들은 단순히 마시는 즐거움을 넘어,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이 우리 집 식탁까지 찾아와 계절의 이야기를 속삭여주는 듯했죠.

 

4.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한 잔의 여유

포천 배상면주가와 산사원에서의 하루, 그리고 계절마다 이어진 '술 익는 마을'과의 인연은 제게 '좋은 술'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음료가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정성껏 빚어지고, 그 안에 시간과 이야기, 그리고 문화를 담아내는 작품이라는 것을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자연의 숨결과 계절의 향기를 온전히 느끼고 싶을 때, 포천 배상면주가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은 그곳의 술 한 잔을 통해 잠시나마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자연과 시간이 정성껏 빚어낸 한 잔의 술에는 분명 우리가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들이 담겨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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